역주기 투자
남들이 공장 문을 닫는 불황에 오히려 새 공장을 파기 시작하는 회사들의 셈법이에요.
정의 경기가 가라앉아 다른 회사들이 설비를 줄일 때, 오히려 생산 설비를 늘리는 기업의 투자 방식이에요. 큰 설비는 짓는 데 몇 년이 걸려서, 불황에 착공하면 다음 호황이 왔을 때 이미 물건을 내고 있게 돼요. 개인의 자산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설비투자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도크를 부수던 해에 도크를 파던 회사들
1970년대 후반 세계의 배 발주가 크게 무너졌어요. 일감이 사라지자 앞서 있던 일본의 조선사들은 설비를 줄이는 쪽을 골랐어요. 정부가 조선을 구조불황업종으로 지정하자, 조선사들이 큰 배를 지을 수 있는 설비의 상당 부분을 실제로 없앴어요.
같은 몇 해에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한국의 조선사들은 새 도크를 파고 있었어요. 액정 화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와요. 1990년대 중반 화면 값이 가라앉아 다들 투자를 줄이던 때에, 한국의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최신 세대 생산 라인에 돈을 넣었어요.
왜 그런 선택을 할까요? 큰 생산 라인은 착공에서 가동까지 몇 년이 걸려요. 그러면 호황을 보고 짓기 시작한 라인은 완공될 무렵 이미 불황에 들어가 있어요. 거꾸로 불황에 짓기 시작하면 다음 호황이 열릴 때 이미 물건을 내고 있게 돼요. 시차를 거꾸로 이용하는 셈이에요.
싸게 지을 수는 있지만, 그동안은 벌지 못해요
불황에는 설비값도 공사비도 내려가 있어요. 같은 라인을 호황기보다 싸게 지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남들이 멈춘 사이라 장비와 인력을 구하기도 수월해요.
대신 짓는 동안 회사의 매출은 바닥이에요. 나가는 돈이 가장 많은 시기와 들어오는 돈이 가장 적은 시기가 겹쳐요. 그래서 이 방식은 그 몇 해를 버틸 자금이 있는 회사만 꺼낼 수 있는 선택이에요.
성립 조건은 둘이에요. 하나는 완공될 때까지 자금이 마르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 호황이 실제로 오는 것이에요. 둘 중 하나만 어긋나도 늘려 놓은 설비는 이자를 먹는 짐이 돼요. 값이 오를 것을 보고 배와 공장을 늘렸다가 일감이 돌아오지 않아 무너진 회사도 여럿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치킨 게임·경기순환과 어디가 다를까요
치킨 게임과 자주 섞여요. 치킨 게임은 서로 버티며 함께 손해를 보다가 상대가 먼저 물러나기를 기다리는 싸움이에요. 값을 원가 밑으로 내리는 방식도 있고, 남들이 못 따라올 만큼 설비를 늘리는 방식도 있어요. 역주기 투자는 상대를 쓰러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 호황의 몫을 잡으려는 시점 선택이에요. 한 산업에서 둘이 겹쳐 보일 때가 있지만 겨누는 곳이 달라요.
경기순환과도 층위가 달라요. 경기순환은 경기가 오르내린다는 현상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고, 역주기 투자는 그 오르내림을 보고 기업이 고르는 대응이에요. 앞의 조선소로 돌아가 보면, 배값이 오르내리는 것이 경기순환이고 값이 바닥일 때 도크를 파는 것이 역주기 투자예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짚을게요. 성공한 역주기 투자가 유난히 눈에 띄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살아남은 회사의 결정만 기록으로 남고, 같은 시기에 같은 판단을 했다가 사라진 회사는 이야기로 남지 않거든요. 이것을 생존자 편향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 방식은 '불황에 늘리면 이긴다'는 규칙이 아니라, 조건이 맞을 때만 성립하는 셈법으로 읽어야 정확해요.
🤔 흔한 오해
불황에 설비를 늘린 회사는 다음 호황에서 이기게 되어 있다.
완공될 때까지 자금이 버텨 주고 다음 호황이 실제로 와야 성립해요. 일감이 돌아오지 않아 늘려 놓은 설비가 이자를 먹는 짐이 된 회사도 여럿이에요.
역주기 투자는 값이 쌀 때 자산을 담아 두라는 개인의 자산 관리 요령이다.
기업이 생산 설비를 언제 짓느냐에 관한 이야기예요. 착공에서 가동까지 몇 해가 걸리는 설비가 있어야 시차를 이용할 수 있어서, 개인의 선택에 그대로 옮겨 붙지 않아요.
🧺 일상에서 만나요
남들이 설비를 줄이는 불황에 기업이 오히려 설비를 늘려, 몇 해 뒤 열릴 호황의 몫을 미리 잡으려는 셈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