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순환

값이 오르면 다들 땅을 파기 시작하고, 다 파고 났을 무렵엔 값이 무너져 있는 되풀이예요.

정의 구리나 기름 같은 원자재의 값이 크게 올랐다가 크게 내려앉기를 되풀이하는 현상이에요. 값이 오르면 새로 캐려는 투자가 몰리는데, 광산과 유전은 갖추는 데 몇 해가 걸려요. 그 설비가 다 돌아갈 무렵에는 값이 이미 꺾여 있어서, 오르내림의 폭이 유난히 커요.

값이 오를 때 판 광산이 값이 내릴 때 문을 열어요

구리값이 크게 오른 해를 떠올려 볼게요. 값이 좋으니 광산 회사들은 새 광산을 열기로 결정해요. 그런데 새 광산은 자리를 정하고 허가를 받고 길과 설비를 세우는 데 몇 해가 걸려요. 값이 올랐다고 다음 달부터 더 캘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동안 값은 어떻게 될까요? 캐는 양이 당장 늘지 않으니 값은 더 올라요. 값이 가장 높은 시기에 착공 결정이 가장 많이 몰려요. 그리고 몇 해 뒤, 그 광산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문을 열어요.

이번에는 방향이 반대예요. 캐는 양이 갑자기 늘어난 자리에서 값이 무너져요. 값이 무너지면 새 광산 계획은 줄줄이 접혀요. 한꺼번에 늘어난 캐는 설비가 몇 해 동안 남아도는데, 이런 상태를 과잉설비라고 불러요. 그렇게 몇 해가 지나면 캐는 양이 다시 모자라지고, 값은 또 오르기 시작해요.

이 오르내림이 보통보다 훨씬 길고 크게 이어질 때 뉴스는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을 써요. 여러 나라가 한꺼번에 도시와 공장을 짓는 것처럼 수요가 오래 늘어날 때 붙는 이름이에요. 다만 이 말은 지나간 흐름에 붙이는 이름이지, 다음 파동의 길이를 미리 알려 주는 말은 아니에요.

값이 오르면 착공이 몰리고 몇 해 뒤 한꺼번에 문을 열어 값이 무너지는 네 칸짜리 고리 값이 오름 새 광산 착공이 몰림 한꺼번에 문을 엶 값이 무너짐 새 계획이 끊김 몇 해

왜 값이 이렇게 크게 흔들릴까요

값이 조금만 어긋나도 크게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사고파는 양이 값에 잘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값이 바뀔 때 사고파는 양이 얼마나 따라 움직이는지를 재는 자를 가격 탄력성이라고 해요.

캐는 쪽부터 볼게요. 값이 올라도 이미 돌아가는 광산이 갑자기 더 캐지는 못해요. 새로 여는 데는 몇 해가 걸리고요. 반대로 값이 내려가도 쉽게 멈추지 못해요. 원가에는 이미 지어 놓은 설비 몫이 들어 있는데, 그 돈은 멈춘다고 돌아오지 않아요. 파는 값이 캘 때만 드는 돈(변동비)을 넘기기만 하면, 세워 두는 것보다 캐는 편이 손해가 덜하거든요.

사는 쪽도 비슷해요. 구리값이 올랐다고 전선을 안 쓸 수는 없어요. 다른 재료로 바꾸거나 덜 쓰는 설계를 새로 하려면 몇 해가 걸려요. 그래서 짧은 동안에는 값이 올라도 쓰는 양이 별로 줄지 않아요.

양쪽이 다 굼뜨면 어떻게 될까요? 모자라거나 남는 만큼을 양이 나서서 메워 주지 못해요. 그러면 값이 크게 움직여서 시장을 맞추는 수밖에 없어요. 캐는 양과 쓰는 양이 조금만 어긋나도 값은 놀랄 만큼 크게 벌어져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경기순환·역주기 투자와 어디가 다를까요

경기순환과 자주 섞여요. 경기순환은 경제 전체의 활동이 오르내리는 현상이고, 원자재 순환은 원자재 값에서 따로 나타나는 오르내림이에요. 둘은 겹칠 때도 있지만 반대로 갈 때도 있어요. 둘 다 무엇을 하라는 말이 아니라 일어나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그러면 왜 따로 부를까요? 캐는 설비를 늘리는 데 몇 해가 걸려서, 값의 오르내림이 경기보다 크고 길게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경기가 좋아도 새 광산들이 한꺼번에 문을 열면 값은 내려가요. 경기가 나빠도 큰 광산 하나가 멈추면 값은 올라가요.

역주기 투자와는 층위가 달라요. 원자재 순환은 값이 오르내린다는 현상이고, 역주기 투자는 그 오르내림을 보고 기업이 고르는 대응이에요. 값이 바닥까지 내려간 것 자체는 현상이고, 그 바닥에서 광산에 돈을 넣기로 하는 결정이 대응이에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짚을게요. 이 되풀이에는 정해진 길이가 없어요. 새 기술이 나와 쓰는 양이 줄기도 하고, 큰 나라 하나가 사들이기 시작해 흐름이 통째로 바뀌기도 해요. 그래서 이 순환은 다음 값을 알려 주는 시계가 아니라, 값이 왜 이렇게 크게 흔들리는지를 설명하는 틀로 읽어야 정확해요.

🤔 흔한 오해

✕ 오해

원자재 값이 오르면 곧바로 더 많이 캐게 되어 값이 금방 제자리로 돌아온다.

✓ 사실

새 광산과 유전은 갖추는 데 몇 해가 걸려요. 그동안은 캐는 양이 늘지 않아 값이 더 오르고, 설비가 다 돌아갈 무렵에야 캐는 양이 한꺼번에 늘어요.

✕ 오해

원자재 순환은 경기순환을 원자재 쪽에서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 사실

경기순환은 경제 전체의 활동이 오르내리는 현상이고, 원자재 순환은 원자재 값에서 따로 나타나는 오르내림이에요. 둘은 반대로 갈 때도 있어요 — 경기가 좋아도 새 광산들이 한꺼번에 문을 열면 값은 내려가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구리값이 오르자 여러 광산 회사가 새 광산을 열기로 했다가, 몇 해 뒤 그 광산들이 함께 문을 열면서 값이 내려앉는 일이에요.
2 기름값이 오른 뒤 새 유전 개발이 몰렸다가, 캐는 양이 늘어날 무렵 값이 꺾여 개발 계획이 줄줄이 접히는 일이에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값이 오를 때 몰린 투자가 몇 해 뒤에야 생산으로 나타나서, 원자재 값이 크게 올랐다 크게 내려앉기를 되풀이하는 현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