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곡선

같은 물건을 두 배씩 더 만들어 볼수록 한 개의 값이 한 단계씩 내려가는 규칙이에요.

정의 지금까지 만든 개수가 두 배로 늘 때마다 제품 하나의 원가가 일정한 비율로 내려가는 규칙이에요.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라 만들어 본 횟수가 쌓여서 값이 떨어진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그래서 이 규칙을 재는 자는 한 해 생산량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누적 생산량이에요.

두 번째 조립할 때 왜 훨씬 빨라질까요?

설명서를 펴 놓고 조립식 책장을 처음 맞추면 두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똑같은 책장을 하나 더 조립하면 한 시간이면 끝나요. 열 번째쯤에는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순서가 손에 익어요. 혼자 손에 익히는 속도는 공장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가팔라요.

공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져요. 같은 도면의 배를 반복해서 짓는 조선소는 한 척당 들어가는 노동시간이 회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어요. 새 기계를 들인 것도, 공장을 키운 것도 아니에요. 만들어 본 횟수가 쌓였을 뿐이에요.

그래서 이 규칙에서 가로축에 놓이는 값은 지금까지 만든 개수를 전부 더한 누적 생산량이에요. 어제까지 만든 100개가 오늘 만드는 101번째 물건의 값을 낮춰 줘요. 거꾸로 말하면,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곡선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셈이에요.

가로축이 누적 생산량인 학습곡선 — 만든 개수가 두 배가 될 때마다 개당 원가가 한 계단씩 내려앉는 그림 제품 1개당 원가 1 2 4 8 16 누적 생산량 시간이 아니라 만들어 본 횟수

규모의 경제와는 재는 자가 달라요

값이 내려가는 이야기라면 규모의 경제가 먼저 떠오를 거예요. 둘은 자주 섞이지만 재는 자가 달라요. 규모의 경제는 한 번에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를 보고, 학습곡선은 지금까지 몇 개를 만들어 봤느냐를 봐요.

붕어빵 틀을 하나 사서 하루에 1,000개를 구우면 틀 값이 1,000개로 나뉘어요. 이건 규모의 경제예요. 반면 같은 사람이 지금까지 수만 개를 구워 봐서 반죽이 덜 남고 태우는 개수가 줄었다면, 이쪽이 학습곡선이에요. 하루에 굽는 개수를 늘리지 않아도, 구워 본 개수가 쌓이는 것만으로 값이 내려가요.

값이 내려가는 통로는 여러 갈래예요. 작업자의 손이 익고, 불량이 줄고, 공정 순서를 다시 짜고, 재료를 덜 쓰는 설계가 나와요. 이렇게 노동시간을 넘어 총원가까지 함께 보는 쪽을 경영에서는 경험곡선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해요. 이 규칙성을 산업에서 처음 정리한 글로는 항공기 제조 원가를 다룬 라이트의 논문이 흔히 꼽혀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 곡선이 멈추는 자리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값이 몇 퍼센트 내려가는지는 산업마다, 시기마다 달라요. 한 숫자로 못 박을 수 있는 규칙이 아니에요. 태양광 모듈에서는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값이 20% 안팎으로 내려온 흐름이 오래 관찰됐고, 여기에는 스완슨의 법칙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어요. 다만 이건 학습곡선이 태양광에서 나타난 한 사례이지, 둘이 같은 말은 아니에요.

이 규칙은 물리 법칙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관찰이에요. 원자재 값이 갑자기 뛰면 곡선은 잠깐 거꾸로 올라가기도 해요. 게다가 곡선은 저절로 미끄러지지 않아요.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되려면 그 물량을 누군가 사 주어야 하거든요.

설계가 바뀌면 쌓아 둔 경험의 일부는 처음으로 돌아가요. 앞에서 본 책장을 떠올리면 쉬워요. 부품이 다른 새 모델이 오면 두 번째 조립도 다시 느려져요. 그래서 이 규칙은 같은 물건을 오래 반복해 만드는 자리에서 가장 잘 들어맞아요.

🤔 흔한 오해

✕ 오해

생산을 오래 해 온 회사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원가가 내려간다.

✓ 사실

이 규칙이 재는 축은 시간이 아니라 누적 생산량이에요. 라인을 세워 두면 해가 바뀌어도 값은 내려가지 않고, 만들어 본 개수가 두 배로 쌓여야 한 단계 내려가요.

✕ 오해

학습곡선은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값이 20%씩 떨어지는 고정된 법칙이다.

✓ 사실

떨어지는 비율은 산업과 시기에 따라 달라요. 20%는 라이트가 항공기 노동원가에서 처음 이름 붙인 80% 곡선에서 온 값이고 태양광 모듈에서도 오래 관찰됐지만, 다른 산업에서는 다른 값이 나와요. 물리 법칙이 아니라 관찰이라 원자재 값이 뛰면 잠깐 거꾸로 가기도 해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같은 도면의 배를 반복해서 짓는 조선소에서 한 척당 들어가는 노동시간이 회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일이에요.
2 태양광 모듈 값이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한 단계씩 내려온 지난 수십 년의 흐름이에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시간이 아니라 지금까지 만든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제품 하나의 값이 한 단계씩 내려가는 규칙이에요.

📖 이 개념이 나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