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설비
호황을 보고 짓기 시작한 공장들이 한꺼번에 완공될 무렵, 살 사람은 이미 사라져 있는 상태예요.
정의 한 산업의 생산 설비가 팔리는 양보다 크게 남아도는 상태예요. 큰 설비는 짓는 데 몇 해가 걸려서, 호황을 보고 착공한 공장들이 한꺼번에 완공될 때 자주 생겨요. 한번 생기면 설비를 줄이기가 어려워서 값이 오래 눌려 있어요.
다 지어 놓으니 살 사람이 없어요
배 주문이 밀리고 값이 오르던 해를 떠올려 볼게요. 일감이 넘치니 조선소들은 도크를 더 파기로 결정해요. 그런데 큰 도크 하나를 새로 파는 데는 몇 해가 걸려요. 값이 좋다고 다음 달부터 배를 더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몇 해 뒤 새 도크가 문을 열 무렵, 주문은 이미 식어 있어요. 더 큰 문제는 같은 판단을 한 회사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값이 오르는 것을 본 회사들이 저마다 설비를 늘렸고, 그 설비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완공돼요. 저마다 혼자서는 말이 되던 결정이 겹쳐서 산업 전체의 설비가 수요를 넘어서요.
이 장면을 치킨 게임과 헷갈리기 쉬워요. 치킨 게임은 서로 버티며 함께 손해를 보다가 상대가 먼저 물러나기를 기다리는 싸움이에요. 과잉설비는 싸우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셈으로 지은 설비가 겹쳐서 남은 결과예요. 다만 남아도는 설비가 나중에 그 싸움의 무기로 쓰이기도 해요.
왜 스스로 없어지지 않을까요
값이 원가 아래로 내려가면 공장을 세우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 그러지 않아요. 공장에는 돌리든 세우든 나가는 돈이 있어요. 빌린 돈의 이자, 설비가 낡아 가는 값, 지켜야 하는 인력 같은 것들이에요. 이런 돈을 고정비라고 불러요.
반대로 원료값이나 전기값처럼 돌릴 때만 드는 돈은 변동비라고 해요. 파는 값이 변동비를 넘기기만 하면, 세워 두는 것보다 돌리는 편이 손해가 덜해요. 남은 돈이 고정비를 조금이나마 메워 주거든요. 그래서 적자를 보면서도 라인은 계속 돌아가고, 물건이 계속 나오니 값은 바닥에서 잘 올라오지 못해요.
설비를 없애는 쪽도 쉽지 않아요. 철거와 퇴직에 큰돈이 한꺼번에 들고, 먼저 줄인 회사는 남은 회사에 자리를 내주는 셈이 돼요. 그래서 생산을 줄이는 일은 서로 미루기 쉬워요. 여기에 나라가 일자리를 지키려고 버텨 주는 경우까지 겹치면, 남아도는 설비는 더 오래 남아요.
여기서 매몰비용과 헷갈리기 쉬워요. 매몰비용은 이미 써서 되돌릴 수 없는 돈이고, 그 돈이 아까워 그른 결정을 이어 가는 것을 매몰비용 오류라고 불러요. 적자 라인을 계속 돌리는 것은 아까워서가 아니라 단기적으로 셈을 해 본 결과예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재고 과잉·불황과 어디가 다를까요
창고에 쌓인 재고가 많은 것과는 층위가 달라요. 재고는 팔거나 싸게 넘기면 몇 달 안에 없어지지만, 설비는 짓는 데도 없애는 데도 몇 해가 걸려요. 그래서 재고 과잉은 한 계절 만에 풀리기도 하지만, 과잉설비는 여러 해를 끌어요.
불황과도 가리키는 곳이 달라요. 불황은 수요가 가라앉은 시기를 가리키고, 과잉설비는 그 시기가 지나도 남아 있는 설비 쪽 이야기예요. 수요가 돌아와도 설비가 더 많이 남아 있으면 값은 예전만큼 오르지 않아요.
역주기 투자와도 갈라 두어야 해요. 역주기 투자는 남들이 줄이는 불황에 착공하기로 한 한 기업의 시점 선택이고, 과잉설비는 여러 회사의 결정이 겹쳐 산업 전체에 남은 상태예요. 하나는 한 회사가 고르는 때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 전체의 형편이라, 층위부터 달라요.
결과로 갈리는 것도 아니에요. 불황에 착공한 설비도 다음 호황이 오지 않으면 짐이 되지만, 그렇다고 그 회사가 한 일의 이름이 바뀌지는 않아요. 반대로 앞의 도크는 호황을 보고 판 것이라, 뒤에 무슨 일이 있었든 역주기 투자였던 적이 없어요. 다만 어느 쪽에서 늘린 설비든 여러 회사의 것이 한꺼번에 남으면, 산업에는 과잉설비로 쌓여요.
설비가 조금 남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주문이 몰릴 때를 대비해 여유를 두는 것은 보통이에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여유가 몇 해가 지나도 채워지지 않을 만큼 클 때예요.
🤔 흔한 오해
값이 바닥이면 회사들이 알아서 공장을 멈추기 때문에 과잉설비는 곧 풀린다.
파는 값이 변동비를 넘기기만 하면 세워 두는 것보다 돌리는 편이 손해가 덜해요. 그래서 적자를 보면서도 라인이 돌아가고, 물건이 계속 나오니 값이 바닥에서 잘 올라오지 못해요.
과잉설비는 창고에 재고가 많이 쌓인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재고는 팔거나 싸게 넘기면 몇 달 안에 없어지지만, 설비는 짓는 데도 없애는 데도 몇 해가 걸려요. 둘은 풀리는 속도가 달라요.
🧺 일상에서 만나요
호황을 보고 여러 회사가 함께 늘린 설비가 한꺼번에 완공돼, 팔리는 양보다 크게 남아도는 상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