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줄지어 선 성냥개비 사이에 타지 않는 것이 섞여 있으면, 불이 끝까지 가지 못하는 것과 닮았어요.

정의 어떤 병에 면역을 가진 사람이 집단 안에 충분히 많아져, 전파가 이어지기 어려워진 상태예요. 옮길 상대를 찾지 못한 사슬이 자꾸 끊기면서 면역이 없는 사람까지 덩달아 덜 노출돼요. 모기나 물처럼 중간에 무언가를 거치더라도, 결국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의 사슬이 이어지는 병에서만 성립하는 이야기예요.

나 하나 맞았을 뿐인데 왜 안 맞은 사람까지 덜 걸릴까요?

갓 태어난 아기는 아직 여러 접종을 시작하기 전이에요. 그런데도 주변에 면역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아기가 그 병과 마주칠 기회 자체가 줄어들어요.

성냥개비를 줄지어 세워 놓고 한쪽 끝에 불을 붙인다고 생각해 볼게요. 개비가 촘촘히 붙어 있으면 불은 끝까지 달려가요. 그런데 중간중간에 타지 않는 것이 섞여 있으면, 불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요.

사람 사이로 옮는 병도 사슬처럼 이어져요. 한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그 사람이 또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는 식이에요. 사슬 중간에 면역을 가진 사람이 서 있으면 거기서 한 번 끊어져요.

그래서 한 사람의 면역이 그 사람 뒤에 서 있던 사람까지 덮어 주는 일이 생겨요. 지켜지는 쪽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요.

줄지어 선 성냥개비 두 줄 — 위 줄은 불이 끝까지 가고 아래 줄은 타지 않는 개비에서 멈추는 비교 불이 끝까지 감 면역을 가진 사람 여기서 끊김 뒤쪽은 닿지 않음

사슬이 얼마나 자주 끊겨야 할까요

핵심은 한 사람이 평균 몇 명에게 넘기느냐예요. 이 평균이 1보다 크면 환자 수는 불어나고, 1보다 작으면 사슬이 저절로 잦아들어요.

면역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 이 평균이 내려가요. 넘겨줄 상대를 만나도 그 사람이 이미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사슬이 거기서 멈추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평균이 1 아래로 내려가는 지점이 유행이 더 커지지 못하고 꺾이는 문턱이에요. 문턱에 닿기 전에도 보호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사슬이 끊기는 횟수만큼 보호는 처음부터 조금씩 쌓이고, 문턱은 그 유행이 스스로 커지지 못하게 되는 자리예요.

잘 옮는 병일수록 필요한 비율이 높아져요. 한 사람이 많은 사람에게 넘기는 병이라면, 그만큼 더 많은 자리가 막혀 있어야 사슬이 끊기니까요. 성냥으로 치면 타지 않는 개비가 더 촘촘히 섞여 있어야 하는 셈이에요.

다만 이 계산은 전제 위에서만 성립해요. 사람들이 골고루 섞이고, 면역을 가진 사람이 여기저기 고르게 흩어져 있고, 그 면역이 유지된다는 전제예요. 전제가 어긋나면 필요한 비율도 달라져요.

전파 사슬이 계속 뻗는 경우와 면역을 가진 사람에게서 끊겨 잦아드는 경우의 비교 평균 1보다 큼 — 불어남 평균 1보다 작음 — 잦아듦 면역을 가진 사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말이 가리키는 대상부터 갈라야 해요. 면역은 한 사람의 몸이 갖춘 상태이고, 집단면역은 그런 사람들이 모여 전파가 이어지기 어려워진 집단 전체의 상태예요. 앞의 것은 내 몸을 보는 말이고 뒤의 것은 사람들 사이를 보는 말이에요.

모든 병에 이 이야기가 통하지도 않아요. 다만 가르는 기준은 어떻게 옮느냐가 아니라 사슬의 양 끝이 사람인가예요. 모기가 물어 옮기는 병도, 사람이 더럽힌 물을 거쳐 가는 병도 결국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니까 집단면역이 성립해요. 반대로 파상풍처럼 흙 속에 있다가 상처로 들어오는 병은 사람을 거치지 않아서, 끊을 사슬 자체가 없어 집단면역이 성립하지 않아요.

필요한 비율도 병마다 못 박힌 한 숫자가 아니에요. 한 사람이 몇 명에게 넘기는지는 지역과 계절, 사람들이 얼마나 붙어 지내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그에 따라 필요한 비율도 함께 움직여요.

성냥 비유는 여기까지 유효해요. 중간이 막히면 불이 더 못 간다는 점은 같아요. 다만 성냥은 한 줄로 서 있지만, 사람은 여러 갈래로 얽혀 있고 누가 누구를 만나는지가 제각각이라 한 줄짜리 그림보다 훨씬 복잡해요.

🤔 흔한 오해

✕ 오해

집단면역에 이르면 그 병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 사실

사슬이 잘 이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지, 병을 일으키는 상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면역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낮아지거나 사람들이 만나는 방식이 달라지면 다시 퍼질 수 있어요.

✕ 오해

집단면역에 필요한 비율은 병마다 하나로 못 박힌 숫자다.

✓ 사실

그 비율은 한 사람이 평균 몇 명에게 넘기는지를 바탕으로 나오는데, 그 값 자체가 지역과 계절, 사람들이 만나는 방식에 따라 달라져요. 사람들이 골고루 섞인다는 전제 위에서 계산한 값이라 실제와 어긋나기도 해요.

✕ 오해

집단면역은 어떤 병에나 적용되는 원리다.

✓ 사실

결국 사람에서 사람으로 사슬이 이어지는 병에서만 성립해요. 모기가 물어 옮기든 사람이 더럽힌 물을 거치든, 사슬의 양 끝이 사람이면 성립해요. 하지만 파상풍처럼 흙 속에 있다가 상처로 들어오는 병은 사람을 거치지 않아 끊을 사슬이 없어서, 주변 사람이 아무리 많이 면역을 가지고 있어도 나에게 닿는 경로가 줄지 않아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갓난아기가, 주변 사람들 덕분에 그 병과 마주칠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예요.
2 한 반의 대부분이 이미 면역을 가진 병은, 한 명이 걸려 와도 반 전체로 번지지 않고 몇 명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아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면역을 가진 사람이 충분히 많아져 전파의 사슬이 자꾸 끊기면서, 면역이 없는 사람까지 덜 노출되는 집단 전체의 상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