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남의 공장에 자기 설계도를 슬쩍 밀어 넣고, 그 공장이 자기를 찍어 내게 만드는 아주 작은 꾸러미예요.

정의 스스로는 늘어나지 못하고, 다른 생물의 세포 안에 들어가야만 수가 불어나는 아주 작은 감염 꾸러미예요. 설계도 역할을 하는 유전물질과 그것을 감싼 단백질 껍질이 거의 전부여서, 스스로 양분을 쓰거나 힘을 내지 못해요. 그래서 살아 있는 것으로 볼지 아닐지를 두고 의견이 갈려요.

감기에는 왜 항생제가 듣지 않을까요?

세균과 바이러스는 둘 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한 덩어리로 묶여 불리곤 해요. 그런데 이 둘은 수가 불어나는 방식부터 달라요.

세균은 스스로 둘로 갈라지며 늘어나는 하나의 세포이고,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의 세포 안에 들어가야만 수가 불어나는 꾸러미예요. 세균은 양분을 먹고 부품을 찍어 낼 공장을 스스로 갖추고 있지만, 바이러스에는 그런 공장이 없어요.

항생제는 바로 그 차이를 노려요. 세균에만 있고 사람 세포에는 없는 부품, 이를테면 세균을 감싼 껍데기나 세균 특유의 조립 장치를 망가뜨리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는 항생제가 붙을 자리 자체가 없어요. 양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노릴 부품이 처음부터 없는 거예요.

세균은 스스로 둘로 갈라져 늘어나고 바이러스는 남의 세포 안에서만 불어나며, 항생제는 노릴 부품이 있는 세균에만 듣는다는 비교 세균 스스로 둘로 갈라져요 바이러스 남의 세포 안에서만 불어요 항생제 노릴 부품이 있는 쪽에만 들어요

남의 공장을 빌려 자기를 찍어 내요

바이러스 한 알은 설계도와 껍질이 거의 전부예요. 껍질 겉면에는 세포에 들러붙는 자리가 있어서, 열쇠가 자물쇠에 맞듯 특정한 세포의 겉면에만 붙어요. 그 자리가 돌기 모양으로 튀어나온 것도 있고, 껍질 단백질 자체가 그 노릇을 하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바이러스마다 들어갈 수 있는 세포가 대체로 정해져 있어요.

들러붙는 데 성공하면 안으로 설계도를 밀어 넣어요. 세포는 원래 자기 설계도를 읽어 부품을 조립하던 곳이라, 밀려 들어온 설계도도 그대로 읽어서 바이러스의 부품을 찍어 내요. 이렇게 세포의 조립 설비를 통째로 빌려 쓰는 것이 바이러스가 늘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부품이 쌓이면 새 꾸러미로 조립돼 밖으로 나가고, 옆 세포로 옮겨 붙어 같은 일을 반복해요. 이때 몸을 빌려주는 쪽을 숙주라고 불러요.

앓을 때 느끼는 괴로움은 세포가 망가지는 것과, 몸이 침입자에 대응하면서 생기는 반응이 함께 나타난 결과예요.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러붙고 설계도를 밀어 넣어 세포의 조립 설비로 부품을 찍어 낸 뒤 새 꾸러미가 옆 세포로 옮겨 가는 네 단계 숙주 세포 ① 들러붙어요 ② 설계도가 들어가요 ③ 부품을 찍어 내요 ④ 새 꾸러미가 옆 세포로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바이러스는 세포 밖에서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아요. 양분을 쓰지도, 힘을 내지도, 스스로 수를 늘리지도 못하는 알갱이로 가만히 있어요. 세포 안에 들어가야만 비로소 불어나기 시작해요.

그래서 생물의 조건 가운데 일부만 만족해요. 살아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 쪽이 널리 받아들여지지만, 유전물질을 가지고 대를 이어 변해 간다는 점을 들어 다르게 보는 견해도 함께 논의돼요.

설계도가 복제될 때 글자가 조금씩 틀리게 옮겨 적히기도 하는데, 이것을 변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의 얼굴이 조금씩 달라지고, 작년의 기록만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워져요. 감기에 자꾸 다시 걸리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예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애초에 수백 종이라, 한 얼굴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른 얼굴을 만나는 쪽에 가까워요.

공장 비유는 여기까지 유효해요. 남의 설비로 물건이 찍혀 나온다는 점은 같아요. 다만 공장은 주인의 지시를 받아 돌아가지만, 세포는 누구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하던 조립 작업을 그대로 하고 있을 뿐이에요.

🤔 흔한 오해

✕ 오해

감기에 항생제를 쓰면 감기 바이러스가 죽는다.

✓ 사실

항생제는 세균만 가진 부품을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작동해요. 바이러스에는 그런 부품이 아예 없어서 항생제가 붙을 자리가 없어요.

✕ 오해

바이러스는 그냥 아주 작은 세균이다.

✓ 사실

세균은 스스로 둘로 갈라져 늘어나는 세포지만,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니고 다른 생물의 세포 안에서만 수가 불어나요. 크기의 차이가 아니라 늘어나는 방식의 차이예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감기에 걸린 사람이 재채기를 하면 튀어나온 침방울 속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의 코와 목 세포로 옮겨 가요.
2 담배와 토마토 잎에 얼룩무늬를 남기는 바이러스처럼, 사람이 아니라 식물의 세포를 빌려 늘어나는 바이러스도 있어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다른 생물의 세포 안에 들어가 그 설비를 빌려야만 수가 불어나는 아주 작은 감염 꾸러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