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박멸
마당의 잡초를 다 뽑아도 담 너머에 씨가 남으면 또 올라와요. 담 너머에서도 새로 올라오지 않는 상태예요.
정의 자연에서 그 병에 새로 걸리는 사람이 지구 어디에도 없게 된 상태예요. 정해진 지역에서만 사라진 것은 퇴치라고 따로 부르고, 그 자리는 막는 일을 계속해야 유지돼요. 박멸은 막던 손을 놓아도 되는 자리라서, 선언하기 전에 지구 전체를 확인해야 해요.
천연두 주사 자국이 요즘 사람에게는 왜 없을까요
나이 든 어른의 팔뚝에 동그란 흉터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요. 천연두를 막으려고 놓던 접종의 자국이에요. 그런데 요즘 태어난 사람에게는 그 자국이 없어요.
그 병의 환자가 사라져 가면서 모두에게 놓던 접종을 먼저 거뒀고, 뒤이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선언이 나왔기 때문이에요. 사람이 걸리는 병 가운데 여기까지 온 것은 아직 천연두 하나예요. 사람 말고 다른 동물까지 넓히면, 소가 걸리던 우역이 하나 더 있어서 지금까지 둘이에요.
막던 일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 이 선언의 무게예요. 환자가 한동안 안 보인다는 뜻이 아니라, 손을 놓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이 말은 아주 드물게, 아주 늦게 나와요.
마당의 잡초로 치면 이런 거예요. 해마다 뽑던 손을 아예 놓았는데도 이듬해에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는 상태요. 올해 잘 뽑았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예요.
한 나라에서 사라진 것과 지구에서 사라진 것
어떤 나라에서는 몇 해째 그 병의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기도 해요. 그런데 그 나라도 접종 일정과 검사를 그대로 유지해요. 왜 그럴까요?
담 너머에 씨가 남아 있기 때문이에요. 다른 지역에 그 병이 남아 있으면 비행기 한 편으로도 다시 들어올 수 있고, 막던 손을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리를 잡아요. 퇴치는 정해진 지역 안에서 그 병이 새로 생기지 않게 된 상태이고, 박멸은 지구 전체에서 그렇게 된 상태예요.
그래서 박멸은 한 나라가 혼자 이룰 수 없어요. 이웃 나라에 남아 있으면 우리 쪽 마당만 깨끗한 것이고, 그건 퇴치까지예요. 마지막 한 곳이 정리되기 전에는 어느 나라도 손을 놓지 못해요.
두 말이 가리키는 크기가 이렇게 달라서, 뉴스에서 '없어졌다'는 말을 들으면 어느 쪽인지 먼저 봐야 해요. 우리 지역 이야기인지, 지구 전체 이야기인지에 따라 그다음에 할 일이 완전히 갈리거든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박멸은 어떤 방법의 이름이 아니에요. 접종도, 환자를 찾아내는 감시도, 환자를 떼어 놓는 격리도 거기에 이르는 길이고, 박멸은 그 길 끝에 닿은 결과이자 상태예요. 어떻게 했는가와 어디에 닿았는가는 층이 다른 이야기예요.
아무 병에나 이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조건이 붙어요. 그 상대가 사람 말고 다른 곳에 숨어 지내지 않아야 하고, 걸린 사람을 가려낼 방법이 있어야 하고, 전파를 끊을 수단이 있어야 해요. 셋 중 하나만 어긋나도 어딘가에 마지막 한 곳이 남아요.
소아마비도 오래 이 목표를 좇고 있어요. 다만 아직 남아 있는 지역이 있어서 박멸 선언에는 이르지 못했고, 그래서 세계가 접종과 감시를 계속하고 있어요.
잡초 비유는 여기까지 유효해요. 한 포기만 남아도 이듬해 마당을 다시 채운다는 점은 같아요. 다만 잡초는 눈에 보이지만, 병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사람 안에서 눈에 띄지 않게 남을 수 있어서 '없다'를 확인하는 일 자체가 큰 작업이에요.
🤔 흔한 오해
어떤 나라에서 환자가 몇 해째 나오지 않으면 그 병은 박멸된 것이다.
한 지역 안에서 새 환자가 생기지 않게 된 것은 퇴치예요. 바깥에 남아 있으면 다시 들어올 수 있어서 막는 일을 이어 가야 하고, 박멸은 지구 전체에서 그렇게 됐을 때만 쓰는 말이에요.
사람이 지금까지 지구에서 지운 병은 천연두 하나뿐이다.
사람이 걸리는 병 가운데는 천연두가 하나예요. 사람 아닌 동물까지 넓히면 소가 걸리던 우역도 박멸이 선언돼서, 지금까지 둘이에요.
박멸됐다는 것은 그 병을 일으키는 상대가 실험실에도 하나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박멸은 자연에서 새로 감염이 생기지 않게 된 상태를 가리켜요. 연구용으로 보관된 시료까지 사라진 상태는 따로 구분해서 말해요.
🧺 일상에서 만나요
자연에서 그 병에 새로 걸리는 사람이 지구 어디에도 없어 막던 손을 놓아도 되는 상태이고, 한 지역에서만 사라진 것은 퇴치라고 갈라 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