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한 번 상대해 본 침입자의 얼굴을 적어 두었다가, 다음에 만나면 곧장 알아보는 몸속 기록이에요.

정의 몸에 들어온 침입자를 알아보고 막아 내는 몸속 방어 체계예요. 피부와 점막처럼 처음부터 갖추고 있는 방어와, 한 번 겪은 상대를 기억해 두었다가 더 빠르게 대응하는 방어가 함께 움직여요. 그래서 많은 병에서는 같은 상대를 두 번째로 만나면 첫 번째보다 훨씬 빨리 정리돼요. 다만 기록이 남아도 잘 막아 내지 못해 다시 앓게 되는 병도 있어요.

홍역은 한 번인데 감기는 왜 해마다 걸릴까요?

어릴 때 홍역을 앓아 본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같은 병으로 다시 앓아눕는 일이 드물어요. 그런데 감기는 작년에 걸렸어도 올해 또 걸리고, 내년에도 또 걸려요. 같은 몸에서 결과가 이렇게 갈려요.

차이는 몸이 무엇을 적어 두었느냐에 있어요. 홍역을 앓는 동안 몸은 그 침입자의 겉모습을 자세히 살펴 수첩에 적어 두듯 기록을 남겨요. 그래서 같은 상대가 다시 들어오면 누구인지 알아보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아요.

감기를 일으키는 침입자는 종류가 아주 많아요. 이백 가지가 넘는 서로 다른 침입자가 감기를 일으켜서, 작년에 온 손님과 올해 온 손님이 애초에 다른 상대예요. 그래서 몸은 또 처음부터 상대를 파악해야 해요. 수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첩에 적혀 있지 않은 손님이 온 거예요. 독감처럼 같은 상대가 해마다 조금씩 모습을 바꾸는 탓에 작년 기록이 잘 안 맞는 병도 따로 있는데, 그건 이유가 달라요.

겪어 본 상대를 알아보는 이 능력이 면역의 핵심이에요. 몸이 통째로 튼튼해져서가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 덕분에 두 번째가 가벼운 거예요.

몸의 기록 수첩에 적혀 있는 상대와 적혀 있지 않은 여러 상대를 비교한 그림 홍역 감기 몸의 기록 수첩 기록에 있음 — 바로 알아봄 수첩에 없는 손님 — 처음부터

처음부터 갖춘 방어와 겪으며 배우는 방어

몸의 방어는 두 겹이에요. 첫 겹은 태어날 때부터 갖추고 있어요. 피부와 점막이 물리적으로 막고, 콧물과 침이 씻어 내고, 떠돌던 세포가 낯선 것을 통째로 삼켜요. 이 겹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늘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 선천 면역이라고 불러요.

두 번째 겹은 겪으면서 배워요. 침입자의 겉면에 붙은 특정한 표식을 골라, 그 표식에만 들어맞는 대응을 새로 만들어 내요. 자리를 잡는 데 며칠이 걸리지만 훨씬 정확하고, 상황이 끝난 뒤에는 그 표식을 기억하는 세포가 남아요. 수첩에 한 줄이 적히는 자리가 바로 여기예요. 이 겹을 적응 면역이라고 불러요.

일상에서 쓰는 '면역력'이라는 말과는 결이 조금 달라요. 면역은 여러 장벽과 세포가 함께 움직이는 체계 전체를 가리키고, 면역력은 그 체계의 세기를 하나의 눈금처럼 말하는 표현이에요. 그런데 이 체계에는 눈금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좋다와 나쁘다로 잘라 말하기 어려워요.

선천 면역과 적응 면역 두 겹의 방어를 나란히 놓은 단면도 침입자 선천 면역 적응 면역 가리지 않고 즉시 표식에 딱 맞게, 며칠 뒤 기억이 남아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홍역을 앓고 난 뒤 남는 것은 통째로 튼튼해진 몸이 아니에요. 그 침입자의 표식에만 들어맞는 기억세포가 남는 거예요. 그래서 홍역을 앓았다고 해서 감기나 다른 병까지 덩달아 가벼워지지는 않아요.

기록은 상대별로 따로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기도 해요. 어떤 기록은 아주 오래 남고, 어떤 기록은 비교적 빨리 흐려져요. 기록이 얼마나 잘 듣는지도 병마다 달라요. 홍역처럼 한 번으로 거의 끝나는 병이 있는가 하면, 기록이 남아 있어도 같은 병을 다시 앓게 되는 병도 있어요. 병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달라서 한 값으로 잘라 말하기 어려워요.

한 사람의 몸을 보는 말과 여러 사람을 보는 말도 구분해야 해요. 면역은 한 사람의 몸이 갖춘 상태이고, 집단면역은 그런 사람이 충분히 많아져 집단 안에서 전파가 이어지기 어려워진 상태예요.

수첩 비유는 여기까지 유효해요. 겪은 상대를 적어 두었다가 다시 꺼내 본다는 점은 같아요. 다만 수첩은 한 번 적으면 글씨가 그대로 남지만, 몸의 기록은 그 세포가 살아 있는 동안 유지되고 세월이 흐르며 옅어지기도 해요.

🤔 흔한 오해

✕ 오해

면역력은 높으면 높을수록 몸에 좋다.

✓ 사실

면역은 세기를 올리고 내리는 하나의 눈금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균형을 이루는 체계예요. 반응이 과하게 일어나면 먼지나 꽃가루처럼 해롭지 않은 것에도 몸이 크게 반응하거나, 자기 몸을 공격하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 오해

한 가지 병을 앓고 나면 다른 병에도 함께 강해진다.

✓ 사실

겪으며 배우는 방어는 상대별로 따로 기록을 남겨요. 홍역을 앓아 생긴 기록은 홍역의 표식에만 들어맞아서, 다른 침입자를 만났을 때는 처음부터 다시 파악해야 해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홍역을 한 번 앓고 난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같은 병으로 다시 앓아눕는 일이 드물어요.
2 코로 들어온 먼지가 콧물에 붙어 밖으로 밀려 나가는 것도, 태어날 때부터 갖춘 방어가 일하는 모습이에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겪어 본 침입자의 표식을 몸이 기록해 두었다가, 다시 만났을 때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방어 체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