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의 저주

큰돈이 갑자기 들어온 집에서 몇 해 뒤 오히려 살림이 기울 수 있다면, 그런 일이 나라 단위로도 벌어져요.

정의 땅에서 나는 자원을 많이 가진 나라가 오히려 성장이 더뎌지곤 하는 현상이에요. 자원을 판 돈이 크게 들어오는데도 다른 산업이 줄고, 나라 살림이 그 자원값의 오르내림에 매달리게 돼요. 다만 자원이 많으면 늘 이렇게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큰돈이 갑자기 들어온 집에서 벌어지는 일

어느 집에 갑자기 큰돈이 들어왔다고 해 볼게요. 하던 가게는 시시해 보여 문을 닫고, 씀씀이는 그 돈에 맞춰 커져요. 몇 해가 지나 돈이 바닥나면 집에는 커진 씀씀이만 남아요.

19세기 페루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앞바다 섬에 오래 쌓인 바닷새 배설물이 유럽의 밭으로 팔려 나갔어요. 이 구아노를 판 돈이 한때 정부 살림의 큰 몫을 댔어요.

호황은 마흔 해 남짓 만에 끝났어요. 좋은 광구가 바닥나고 값싼 대체 비료까지 나오면서 들어오던 돈이 끊기자, 정부는 그 수입을 담보로 빌려 온 빚을 갚지 못하는 처지가 됐어요.

역사학자들은 이 시기를 '놓친 기회'로 보는 평가를 많이 내놔요. 돈이 들어오는 동안 그 돈이 끊긴 뒤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뜻이에요.

자원을 판 돈이 산 모양으로 올랐다가 좋은 광구 고갈과 값싼 대체 비료로 꺾이는 동안 다른 산업은 낮게 눌려 있는 그림 자원을 판 돈 자원 호황 나라 살림의 큰 몫 좋은 광구 고갈 값싼 대체 비료 눌린 다른 산업

돈이 들어오는데 왜 일자리가 줄어들까요?

한 단계씩 따라가 볼게요. 자원을 외국에 팔면 외국 돈이 들어와요. 그 돈을 우리 돈으로 바꾸려는 사람이 늘면 우리 돈값이 올라가요.

그러면 옷이나 부품을 만들어 수출하던 공장은 자기 물건이 비싸 보여 주문을 잃어요. 사람과 돈이 자원을 캐는 쪽으로 옮겨 가면서 공장은 한 번 더 줄어들어요. 이 경로를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어요. 네덜란드병이에요.

여기서 갈라 둘 것이 하나 있어요. 네덜란드병은 자원을 판 돈 때문에 다른 수출 산업이 깎이는 한 가지 경로예요. 자원의 저주는 그 경로를 포함해 자원이 많은 나라에서 성장이 더뎌지는 현상 전체를 가리켜요.

경로는 이것 하나가 아니에요. 자원값은 크게 오르내려서 몇 해 앞을 내다본 살림 계획이 흔들려요. 그 돈을 누가 가져갈지를 두고 다투는 데 힘이 쓰이기도 해요. 당첨금을 두고 식구들이 다투느라 닫은 가게를 다시 열지 못하는 자리와 닮았어요.

자원의 저주라는 큰 테두리 안에 네덜란드병이라는 한 가지 경로가 들어 있고, 그 밖에 값의 오르내림과 몫 다툼이라는 다른 경로도 함께 놓인 그림 자원의 저주 — 현상 전체 네덜란드병 — 한 가지 경로 자원 수출 → 외국 돈 → 돈값 상승 수출 공장 주문 감소 값의 큰 오르내림 몫을 둘러싼 다툼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저주는 법칙이 아니에요

'저주'라고 부르지만 정해진 법칙은 아니에요. 자원이 많은데도 성장을 이어 간 나라가 있어요. 노르웨이와 보츠와나가 자주 함께 인용돼요.

그렇다면 무엇이 결과를 갈랐을까요. 먼저 갈라 둘 말이 있어요. 묻혀 있는 양이 많다는 것과 나라 살림이 그 자원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다른 말이에요. 저주가 붙는 쪽은 두 번째고요. 그래서 갈라놓는 것은 자원의 양이 아니라 그 돈에 얼마나 매달려 있는지, 그리고 그 돈을 걷고 쓰는 제도라는 설명이 유력해요. 자원에서 나온 돈을 어떻게 걷고 어디에 쓸지 미리 정해 두고 그 규칙이 실제로 지켜지는 곳에서는, 같은 자원이 성장의 밑천이 됐어요.

층위도 갈라 두는 게 좋아요. 원자재 값이 오르내리는 것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자원의 저주는 그 값에 살림을 걸어 둔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복권 비유는 돈이 갑자기 들어와 살림의 짜임이 바뀐다는 데까지 같아요. 다만 한 집안에는 돈 쓸 규칙을 미리 정해 둘 자리가 마땅치 않지만, 나라에는 그 자리가 있다는 점이 달라요.

🤔 흔한 오해

✕ 오해

자원이 많은 나라는 예외 없이 가난해진다.

✓ 사실

자원이 많은데도 성장을 이어 간 나라가 있어요. 노르웨이와 보츠와나가 자주 함께 인용돼요. 자원의 양보다 나라 살림이 그 돈에 얼마나 매달려 있는지, 그리고 그 돈을 걷고 쓰는 제도가 결과를 가른다는 설명이 유력해요.

✕ 오해

자원의 저주는 네덜란드병과 같은 말이다.

✓ 사실

네덜란드병은 자원을 판 돈 때문에 다른 수출 산업이 깎이는 한 가지 경로예요. 자원의 저주는 그 경로를 포함해 더 넓은 현상을 가리켜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구아노가 팔리던 시절의 페루처럼, 한 가지 수출품이 나라 세입의 큰 몫을 대다가 그것이 바닥나며 살림이 함께 주저앉는 경우예요.
2 수출이 한두 가지 광물에 몰려 있어서, 그 값이 내려가는 해에는 학교와 도로에 쓸 예산까지 함께 줄어드는 상황이에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자원을 판 돈이 크게 들어오는 나라에서 다른 산업이 줄고 살림이 흔들리는 현상이며, 결과를 가르는 것은 자원의 양보다 그 돈에 얼마나 매달려 있는지와 그 돈을 걷고 쓰는 제도라는 설명이 유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