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불을 한 번 붙이면 함부로 끄지 못하는 화덕이에요. 끄고 다시 살리는 데 정해진 절차와 큰 값이 붙거든요.

정의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거대한 노예요. 위로는 철광석과 코크스를 번갈아 넣고, 아래에서는 뜨겁게 데운 바람을 세게 불어 넣어요. 코크스가 타면서 생긴 기체가 철광석에 붙은 산소를 떼어 가면 바닥에 쇳물이 고여요.

철광석은 아직 철이 아니에요

땅에서 캔 철광석은 붉거나 검은 돌덩이예요. 그 안의 철은 산소와 단단히 붙어 있어요. 그래서 철을 얻으려면 먼저 이 산소를 떼어 내야 해요.

고로가 하는 일이 그거예요. 위에서 철광석과 코크스(석탄을 구워 만든 단단한 덩어리)를 번갈아 층층이 쌓아 넣어요. 아래에서는 뜨겁게 데운 바람을 세게 불어 넣고요. 코크스가 타면서 생긴 기체가 위로 올라가며 철광석에 붙은 산소를 떼어 가요.

바닥에 고인 쇳물은 몇 시간마다 밖으로 흘려보내요. 다만 이 쇳물은 아직 강철이 아니에요. 탄소가 많이 섞여 있어서, 굳히면 단단하지만 잘 부러지는 선철이거든요. 강철이 되려면 탄소를 덜어 내는 공정이 한 번 더 필요해요.

그 일은 옆에 선 다른 노가 맡아요. 고로는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는 노이고, 전로는 그 쇳물에 산소를 불어 탄소를 덜어 강철로 만드는 노예요. 둘은 한 길의 앞뒤이지 서로 겨루는 설비가 아니에요.

고로 단면 — 철광석과 코크스가 층층이 쌓인 장입물이 노를 채우고, 코크스가 타면서 생긴 기체가 올라가며 산소를 떼어 내면 바닥에만 쇳물이 고이는 그림 철광석과 코크스를 층층이 코크스가 타면서 생긴 기체가 위로 올라가며 산소를 떼어 감 뜨거운 바람 전로에서 탄소를 덜어 강철 바닥에 고인 쇳물 — 탄소 많은 선철

왜 몇 해 동안 불을 끄지 못할까요

고로 안을 채운 것은 위에서 쌓아 넣은 철광석과 코크스이고, 쇳물은 맨 아래 바닥에 고여 있어요. 흘러나오는 쇳물은 1,500도가 넘어요. 제철소에서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여기서 절차 없이 불을 끄면 어떻게 될까요. 안에 남은 쇳물과 쌓여 있던 원료가 그대로 식으면서 함께 엉겨 굳어요. 그러면 노 안이 거대한 쇳덩어리가 돼요. 포스코는 이렇게 되면 뜯어내고 새로 지어야 하며 몇 달이 걸린다고 설명해요.

그래서 세우는 데도 정해진 절차가 있어요. 바람 넣는 구멍을 막아 열을 가둬 두었다가 며칠에서 몇 주 뒤에 되살리기도 하고, 더 오래 쉴 때는 위에 쌓인 원료를 다 내려 노를 비워요. 안쪽 벽돌을 갈아 끼우는 큰 정지는 노의 수명 주기에 들어 있고요.

고로 안쪽은 열을 견디는 두꺼운 벽돌로 둘러 있고, 그 바깥은 강철 껍질이 감싸요. 이 벽은 데웠다 식혔다를 되풀이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에요. 그래서 한 번 불을 넣으면 몇 해를 그대로 돌려요. 불을 지펴 쇠를 다룬다는 점까지는 부엌 화덕과 같아요. 다만 화덕은 아무 때나 식혔다 붙이면 되고, 고로는 끄고 되살리는 데 큰 값이 들어요.

이 성질은 산업 전체의 모습까지 바꿔 놔요. 수요가 줄어도 고로 쪽은 생산을 쉽게 줄이지 못해요. 껐다 켜는 데 값이 크게 붙어서, 수요가 조금 줄었다고 함부로 세우지 못하거든요. 이미 써 버린 돈이 아깝다는 매몰비용 이야기와는 층이 다른, 설비의 성질에서 오는 제약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길은 하나가 아니에요

강철을 만드는 길은 크게 둘이에요. 고로-전로 길은 철광석에서 시작하고, 전기로 길은 남이 쓰고 버린 고철에서 시작해요. 고철이 모자란 곳에서는 광석에서 시작하는 길을 골랐고, 고철이 쌓인 곳에서는 그 고철을 녹이는 길이 자랐어요. 두 길을 가르는 것은 기술의 새것과 헌것이 아니라 원료예요.

그 사이에 낀 길도 있어요. 광석을 가스나 수소로 환원해 철로 만들어 두고, 그것을 전기로에서 녹이는 길이에요. 원료는 광석인데 녹이는 노는 전기로인 셈이에요.

두 길은 지금도 나란히 돌아가요. 세계철강협회 집계로, 2025년 세계에서 만든 강철의 69.4%가 고로-전로 길에서 나왔어요. 고철이 쌓이지 않은 곳에서는 광석에서 시작하는 길 말고 고를 것이 마땅치 않아요.

요즘 고로에 걸린 압력은 값이 아니라 배출이에요. 세계철강협회는 광석에서 철을 만드는 단계에 배출이 몰려 있다고 적어요. 산소를 떼어 내는 일을 코크스가 타면서 생긴 기체가 맡고, 그 기체가 산소를 안고 이산화탄소로 빠져나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탄소 대신 수소로 산소를 떼어 내는 방법을 시험하고 있어요.

2021년 스웨덴에서 수소로 환원한 철로 만든 강재가 처음 인도됐어요. 그 철도 고로가 아니라 전기로에서 녹여 강철이 돼요. 다만 아직 시범 단계이고, OECD는 여러 저배출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고 적어요. 지금 확인된 것은 '실물이 나왔다'까지예요.

강철에 이르는 두 길 — 철광석에서 시작하는 고로-전로 길과 고철에서 시작하는 전기로 길, 두 길을 가르는 것은 원료라는 그림 철광석 고로-전로 고철 전기로 강철 가르는 것은 원료

🤔 흔한 오해

✕ 오해

고로에서 흘러나온 쇳물을 그대로 식히면 강철이 된다.

✓ 사실

고로가 뽑아 낸 쇳물은 탄소가 많이 섞인 선철이에요. 그대로 굳히면 단단하지만 잘 부러져요. 전로에서 산소를 불어 탄소를 덜어 내야 강철이 돼요.

✕ 오해

고로는 이제 쓰지 않는 옛날 설비다.

✓ 사실

지금도 세계에서 만드는 강철의 3분의 2가 넘는 양이 고로-전로 길에서 나와요. 두 길은 원료가 달라서, 고철이 쌓이지 않은 곳에서는 광석에서 시작하는 길이 여전히 주력이에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자동차 차체나 건물 기둥에 쓰이는 강재의 상당 부분이 고로에서 뽑은 쇳물에서 시작해요.
2 제철소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 것은 절차 없이 멈추면 고로 안의 쇳물이 굳어 버리기 때문이에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 쇳물을 뽑는 노이고, 한 번 불을 넣으면 끄는 데 큰 값과 절차가 들어 몇 해를 이어 돌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