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이익

옆집이 불타도 나는 잃는 게 없으니, 옆집 화재보험에는 들 수 없게 잠가 둔 자물쇠예요.

정의 어떤 사고가 났을 때 내가 실제로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관계예요. 손해보험에서는 이 관계가 있어야만 그 대상에 보험을 들 수 있고, 관계가 없는 채로 맺은 계약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어요. 받는 돈도 내가 잃은 크기를 넘지 못하고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에서는 다른 장치가 같은 자리를 지켜요. 보험이 남의 불행에 돈을 거는 판으로 넘어가지 않게 막아 둔 요건이에요.

옆집 화재보험은 왜 들 수 없을까요

내 집에 화재보험을 드는 것은 문제가 없어요. 집이 타면 그 손해를 내가 그대로 떠안으니까요. 그런데 똑같은 보험을 옆집 앞으로 들려고 하면 보험사는 계약을 받아 주지 않아요.

옆집이 타도 내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없어요. 불이 나야 보험금이 들어오니, 나에게는 불이 나기를 기다릴 이유만 생겨요. 손해를 볼 사람만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잠가 두면 이 이상한 자리가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꼭 내 이름으로 적힌 재산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도 그 집 안에 둔 자기 살림살이에는 보험을 들 수 있어요. 불이 나면 자기 물건을 잃으니까요.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도 그 건물에 보험을 걸 수 있어요. 건물이 타면 돌려받을 돈이 위태로워지거든요.

그래서 이 요건이 묻는 것은 '누구 이름으로 적힌 물건인가'가 아니에요. 그 일이 벌어지면 누가 잃는가를 물어요.

그 일이 벌어지면 내가 잃는가에 따라 보험 가입 가능 여부가 갈리는 그림 그 일이 벌어지면 내가 잃는가? 보험 가입 가능 가입 불가 내 집 세 든 집의 내 살림 담보로 잡은 건물 옆집 · 남의 가게 · 남의 차

도박과 보험을 가르는 한 줄

겉으로만 보면 도박과 보험은 닮았어요. 돈을 미리 내고, 어떤 일이 벌어지면 낸 돈보다 훨씬 큰 돈을 받아요. 그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낸 돈은 돌아오지 않고요. 확률에 돈이 오간다는 점까지는 같은 이야기예요.

갈라지는 자리는 그다음이에요. 도박은 나와 상관없던 일에 돈을 걸어 없던 이익을 만드는 쪽이고, 보험은 내가 잃은 것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는 쪽이에요. 앞의 것은 판이 끝나면 누군가의 주머니가 불어나고, 뒤의 것은 잘 작동해도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에요.

그래서 손해보험에서 받는 돈에는 천장이 있어요. 잃은 것보다 더 받게 되면 사고가 이익이 되고, 그 순간 계약은 도박 쪽으로 넘어가요. 이 천장의 높이를 정하는 것이 바로 내가 가진 손해 관계의 크기예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갈라 두면 헷갈리지 않아요. 피보험이익은 계약을 맺을 자격이 있는지를 정하는 요건이고, 손해보상은 사고가 난 뒤에 얼마를 줄지를 정하는 원칙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언제 손해를 봐야 하나

이 요건을 재는 시점은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요. 물건이나 재산을 다루는 손해보험에서는 사고가 난 때에 내가 그 손해를 입는 자리에 있어야 해요. 계약할 때 이미 정해져 있으면 좋고, 적어도 사고가 날 무렵에는 누구의 이익인지가 가려질 수 있어야 해요.

한국 상법은 손해보험에서 금전으로 셈할 수 있는 이익만 보험계약의 목적이 될 수 있다고 적어 두었어요. 그런데 남(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에는 이 요건을 그대로 걸지 않아요. 대신 다른 자물쇠를 채워 두었어요. 바로 그 사람의 서면 동의예요. 자기를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보험이라면 따로 받을 동의가 없고요. 다만 이 자물쇠에도 예외가 붙어요. 15세가 되지 않은 사람이나 심신상실자를 피보험자로 한 사망보험은 동의를 받아도 효력이 없어요. 또 회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드는 단체보험에서는 따로 정한 규약이 이 동의를 대신하기도 해요.

동의를 받게 하는 장치가 같은 자리를 지켜요.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남이 그 목숨에 돈을 걸어 두는 상황을 막는 것이 목적이거든요. 나라마다 이 자리를 채우는 방법이 달라서, 사람을 다루는 보험에도 손해 관계를 요구하는 곳이 있고 동의로 갈음하는 곳도 있어요.

선이 그어진 순서도 물건 쪽이 먼저였어요. 영국에서는 배와 화물에 드는 보험에 이 요건이 먼저 붙었고,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쪽은 그보다 뒤에 정리됐어요.

🤔 흔한 오해

✕ 오해

보험료만 꼬박꼬박 내면 누구의 집에든 화재보험을 들 수 있다.

✓ 사실

그 집이 타서 내가 금전적으로 잃는 것이 있어야 계약이 성립해요. 잃을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이 든 계약은 효력이 없어요.

✕ 오해

손해보험을 여러 개 들어 두면 사고가 났을 때 각각 다 받아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 사실

손해보험에서 받는 돈은 내가 실제로 잃은 크기를 넘지 못해요. 여러 곳에 들어도 보험사끼리 손해를 나눠 부담할 뿐 합쳐서 더 주지는 않아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세 들어 사는 집이 물에 잠기면 내 살림살이를 잃으니, 그 살림살이에는 보험을 들 수 있어요.
2 가게 주인은 자기 가게 물건에 도난 보험을 들 수 있지만, 길 건너 남의 가게 물건에는 들 수 없어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손해보험에서 그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잃는 것이 있어야 보험에 들 수 있다는 요건이고, 이 한 줄이 보험을 도박에서 갈라 놓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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