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비대칭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사고 이력을 훤히 아는데 사는 사람은 겉모습만 볼 수 있는 상황이에요.

정의 거래하는 두 사람이 쥐고 있는 정보의 양이 서로 크게 다른 상태를 가리켜요. 보통은 파는 쪽이 물건의 속사정을 훨씬 많이 알고, 사는 쪽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볼 수 있어요. 이 차이가 벌어지면 거래가 어긋나고 시장 자체가 제 기능을 잃기도 해요.

좋은 물건이 먼저 사라지는 이유

중고차를 사러 갔다고 떠올려 볼게요. 차를 파는 사람은 그 차가 언제 사고가 났고 어디를 고쳤는지 훤히 알아요. 하지만 사러 온 사람은 반질반질한 겉면과 계기판 숫자만 볼 수 있어요.

한쪽만 속사정을 아는 자리에서는 사는 사람이 몸을 사리게 돼요. 겉이 멀쩡해도 속은 엉망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평균보다 낮은 값을 부르게 돼요.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정말 상태가 좋은 차를 가진 주인은 그 값에 넘기기가 아까워 시장을 떠나요. 남는 것은 팔아도 아깝지 않은 나쁜 차뿐이고, 그러면 사는 사람은 값을 한 번 더 낮춰 부르게 돼요.

이 과정이 되풀이되면 좋은 물건이 차례로 밀려나고 거래 자체가 쪼그라들어요. 파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이런 일이 벌어져요.

중고차 판매자는 속사정을 다 알고 구매자는 겉만 알아 좋은 차부터 시장을 떠남 사고 이력·수리 내역 겉모습·주행거리 ? 판매자 구매자 좋은 차부터 시장을 떠나요

감춰진 정보를 드러내는 장치들

시장이 이대로 무너지게 두지는 않아요. 정보를 가진 쪽이 스스로 증거를 내미는 방법이 하나예요. 중고차 판매자가 사고 이력 조회서를 함께 보여 주거나, 문제가 생기면 고쳐 주겠다는 보증을 붙이는 식이에요.

보증은 말보다 힘이 세요. 상태가 나쁜 차를 파는 사람은 나중에 수리비를 떠안아야 하니 보증을 붙이기가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보증이 걸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아니라 손해를 감수한 증거가 돼요.

정보를 못 가진 쪽이 직접 걸러내는 방법도 있어요. 은행이 돈을 빌려주기 전에 소득 자료를 요구하거나, 회사가 면접과 시험으로 지원자를 살펴보는 것이 그런 장치예요.

쇼핑 앱이 후기와 평점을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도 같은 목적이에요. 한 번의 거래로는 알 수 없는 것을 여러 사람의 경험으로 대신 비추는 셈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정보 비대칭은 두 갈래로 나뉘어요. 하나는 거래를 하기 전부터 감춰져 있는 정보예요. 중고차의 사고 이력처럼 이미 정해져 있는데 한쪽만 아는 사실이죠.

다른 하나는 거래를 한 뒤에 벌어지는 행동이에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면 상대가 얼마나 성실하게 움직이는지 지켜보기 어려워요. 앞의 것은 나쁜 물건만 남게 만들고, 뒤의 것은 계약 뒤에 느슨해지는 행동을 부추겨요.

또 하나 짚어 둘 점이 있어요. 정보 차이가 조금 있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이 망가지지는 않아요. 차이가 크고, 그 차이를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을 때 문제가 커져요.

그래서 제도는 두 사람이 아는 것을 똑같이 맞추려 들지 않아요. 대신 확인할 통로를 열어 주는 쪽으로 만들어져요.

🤔 흔한 오해

✕ 오해

정보 비대칭은 파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만 생기는 문제다.

✓ 사실

거짓말이 없어도 생겨요. 파는 쪽이 아는 것을 사는 쪽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비대칭이에요.

✕ 오해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쪽은 언제나 이득을 본다.

✓ 사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좋은 물건을 가진 쪽도 그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제값을 못 받고 시장에서 밀려나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중고 거래 앱에서 판매자만 물건을 실제로 써 본 상태를 알고, 사는 사람은 사진과 설명글로만 짐작해요.
2 회사 면접에서 지원자는 자신이 얼마나 성실한지 알지만, 면접관은 짧은 대화와 서류로만 가늠해야 해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거래하는 두 사람이 아는 것의 양이 크게 벌어질 때, 좋은 물건이 밀려나고 거래가 쪼그라드는 현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