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재
지갑이 두둑해지면 장바구니에서 자연스럽게 빠지는 인스턴트 라면 같은 물건이에요.
정의 소득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사람들이 구매를 줄이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말해요. 보통은 지갑이 두둑해지면 더 많은 물건을 사게 되지만, 어떤 상품은 살림살이가 나아질수록 더 좋은 대안을 선택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줄어들어요.
지갑이 두둑해지면 왜 라면을 덜 먹을까요?
대학생 시절 주머니 사정이 가벼울 때는 편의점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자주 해결하곤 해요. 적은 돈으로도 빠르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고마운 한 끼 식사이기 때문이에요.
취업을 하고 매달 안정적인 월급을 받게 되면 식탁 풍경이 서서히 달라져요. 컵라면 대신 신선한 샐러드나 따뜻한 한식 백반을 사 먹는 날이 늘어나죠. 이렇게 소득이 늘어날 때 오히려 소비가 줄어드는 상품을 경제학에서 열등재라고 불러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상품은 돈을 많이 벌수록 더 많이 구매하는 '정상재'에 해당해요. 월급이 오르면 옷을 더 자주 사고 외식 횟수를 늘리는 것처럼요. 하지만 열등재는 소득의 변화와 소비량의 변화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품질이 나빠서 열등재가 아니에요
'열등(劣等)'이라는 단어 때문에 제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불량품이라고 오해하기 쉬워요. 하지만 경제학에서 열등재라는 이름은 상품의 품질이나 가치를 깎아내리는 평가 기준이 전혀 아니에요.
열등재는 오직 소득과 구매량의 관계만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경제학적 명칭이에요. 예를 들어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는 매우 안전하고 편리한 훌륭한 교통수단이에요. 하지만 소득이 크게 늘어 자가용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줄어들 수 있어요. 이때 대중교통은 자가용이라는 대안에 비해 열등재 역할을 하게 돼요.
어떤 상품이 열등재인지 아닌지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선호와 더 나은 대체재(대신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의 존재에 따라 결정돼요. 같은 물건이라도 사람의 취향이나 경제적 형편, 사회적 환경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정상재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열등재가 될 수 있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경제학에서는 소득이 1% 증가할 때 상품 수요량이 몇 % 변하는지를 측정하는데, 이를 '수요의 소득 탄력성'이라고 불러요. 소득이 늘 때 구매량도 함께 늘어나는 일반적인 정상재는 이 탄력성 수치가 0보다 큰 양수(+)를 나타내요.
반면에 열등재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구매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의 소득 탄력성이 0보다 작은 음수(-)로 계산돼요. 지갑이 두둑해지는 것이 오히려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를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는 셈이에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열등재 중에서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오히려 사람들이 덜 사게 되는 아주 극단적인 예외 상품이 있어요. 이를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기펜재'라고 불러요. 하지만 기펜재는 역사적으로 아주 드문 기근 상황에서나 나타나는 특수한 사례이며, 대부분의 열등재는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늘어나는 일반적인 시장 법칙을 정상적으로 따라가요.
🤔 흔한 오해
열등재는 품질이 떨어지거나 하자가 있는 불량품이다.
품질의 우열을 뜻하는 말이 아니에요. 단지 소득이 늘어났을 때 소비자가 더 선호하는 대안을 찾아가면서 구매를 줄이게 되는 상품을 가리키는 경제학 용어예요.
🧺 일상에서 만나요
열등재는 품질이 나쁜 물건이 아니라, 소득이 늘어날수록 더 좋은 대안을 찾아 소비를 줄이게 되는 상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