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와 진도

스피커 자체의 소리 출력(W)과 관객석 자리에 따라 내 귀에 들리는 소리 크기(dB)의 차이와 같아요.

정의 방 한가운데 켜진 전구 자체의 소비 전력과, 방구석 자리에서 눈으로 느끼는 밝기가 서로 다른 것과 같아요. 규모는 지진이 일어날 때 방출된 에너지의 고유한 총량을 뜻하고, 진도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땅이 얼마나 세게 흔들리고 피해를 입었는지를 나타내는 상대적인 숫자예요.

스피커의 볼륨과 내 귀에 들리는 소리

대형 야외 콘서트장에서 거대한 스피커가 일정한 크기로 음악을 튼다고 상상해 보세요. 스피커 기계가 내뿜는 음향 에너지의 총량은 오직 하나뿐이에요. 이것이 지진의 에너지 크기를 뜻하는 규모예요. 지진이 발생한 땅속 깊은 진원지에서 얼마나 큰 에너지가 터져 나왔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어디에서 측정하든 이 수치는 오직 하나로 정해져요.

하지만 음악 소리를 듣는 관객의 입장은 자리에 따라 완전히 달라요. 스피커 바로 앞자리 관객은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을 듣지만, 공연장 맨 뒷자리나 공연장 바깥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작은 소리만 들리죠. 이처럼 내가 머무는 지역의 흔들림 정도를 단계별로 나타낸 것이 진도예요.

따라서 지진이 한 번 발생하면 규모 숫자는 전국에 오직 1개로 발표되지만, 진도는 서울, 대전, 부산 등 각 지역마다 다른 숫자로 발표돼요.

지진의 규모와 진도 차이 다이어그램 진도 Ⅵ A 지역 (그릇 깨짐) 진도 Ⅳ B 지역 (창문 흔들림) 진도 Ⅱ C 지역 (일부만 감지) 진원지 (지하) 규모 M 6.0 (에너지 총량 · 전국 1개) 지진 자체의 고유 크기 · 위치와 무관하게 동일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규모는 소수점이 붙는 아라비아 숫자(예: 규모 5.4)로 표기해요.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의 이름에서 딴 '리히터 규모'나 지진 단층의 파열 면적을 계산하는 '모멘트 규모' 등을 사용하죠. 여기서 꼭 기억할 점은 규모 수치가 1 커질 때마다 지진 에너지는 약 32배씩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에요. 규모 6의 지진은 규모 5보다 단순히 조금 센 것이 아니라 32배나 큰 에너지를 품고 있어요.

반면에 진도는 사람이 느끼는 감각과 건물의 피해 정도를 바탕으로 정수를 매겨요. 보통 로마자(예: 진도 Ⅳ, Ⅶ)로 나타내며, 나라마다 쓰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요.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만든 12단계의 '수정 메르칼리 진도 계급'을 쓰고, 일본은 자체적인 10단계 계급을 사용해요.

지진이 일어난 중심지(진앙)에서 멀어질수록 대개 진도는 낮아지지만, 단단한 암반보다 연약한 흙바닥이 흔들림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진앙에서 멀어도 지반 조건에 따라 진도가 높게 측정될 수 있어요.

왜 우리에게는 진도가 더 중요할까요?

재난 문자를 받았을 때 '규모' 수치만 보고 섣불리 안심하거나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바다 깊은 곳에서 규모 7.0의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도, 우리 동네와의 거리가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면 우리가 겪는 진도는 0이나 1에 불과해서 아무런 피해가 없거든요.

반대로 규모는 4.5 정도로 비교적 작더라도, 지진이 발생한 깊이가 얕고 우리 동네 바로 밑에서 터졌다면 진도는 Ⅵ이나 Ⅶ까지 치솟아 벽이 갈라지고 기와가 떨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재난 당국이 대피 명령을 내리거나 구조 인력을 투입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지표가 바로 각 지역의 실제 진도예요.

지진을 안전하게 견디기 위해 건물을 짓는 내진 설계 역시 땅이 흔들리는 가속도와 힘, 즉 진도에 견디도록 설계된답니다.

🤔 흔한 오해

✕ 오해

규모 6.0 지진은 규모 5.0 지진보다 1.2배 정도 더 세다.

✓ 사실

지진 규모는 로그 단위를 쓰기 때문에 1단계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가 약 32배 커져요. 규모 2단계 차이는 무려 약 1,000배(32×32)의 에너지 차이를 뜻해요.

✕ 오해

한 번 발생한 지진에 대해 여러 진도 수치가 나오는 것은 측정 오류다.

✓ 사실

지진의 규모(에너지 총량)는 오직 1개지만, 진도(느껴지는 흔들림)는 진앙과의 거리와 지반 상태에 따라 지역마다 다른 것이 당연해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먼 바다에서 규모 7.0의 큰 지진이 났지만, 육지와 멀어 해안 도시에는 진도 Ⅱ의 약한 흔들림만 전달되었어요.
2 규모 4.5 지진이었지만 발생 깊이가 5km로 얕아 바로 위 진앙 부근 마을에는 진도 Ⅵ의 강한 피해가 발생했어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규모는 지진이 발생할 때 방출된 절대적인 에너지 크기이고, 진도는 내가 있는 지역에서 실제로 겪은 흔들림과 피해의 세기예요.